기독청년 네명이 모였다. 교회와 사회의 소통을 소망했다. 책을 만들기로 했다. 돈도 사무실도 없었다. 책을 만들어 본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로 운영비를 벌고 연구소 일을 해주는 대가로 사무실을 나눠쓰며 출판에 필요한 갖가지 기술을 배웠다. 그렇게 해서 1년 만인 6일 자신들이 만든 출판사에서 '개開독교를 위한 변명'을 펴냈다.
◇소통은 사랑의 시작=숭실대 기독교학과 01학번 동기인 백현모(24) 윤동혁(25) 이범진(25) 정영찬(25)씨는 졸업을 1∼2년 앞둔 지난해 12월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처음엔 여느 대학생들처럼 어떤 일로 돈을 벌지 걱정이었다. 믿음의 선배들이나 예수님이 삶에서 고민했던 주제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기독교인으로서 해야 할 일에 대한 것으로 토의 주제가 바뀌었다.
"소통이 이해의 시작이고, 이해하면 상대의 필요를 알게 되고, 필요에 따라 나누게 되고…. 그게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친 사랑이더군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소통'이 선행되어야 했다. 방법은 대화였다. 청년들은 책을 매개로 한 대화, 즉 출판이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실천적인 작업이란 결론을 내렸다.
◇아르바이트로 출판비 모아=막상 책을 만들려니 가진 것도 준비된 것도 없었다. 박정신 학과장을 찾았다. 박 교수는 "해봐"라며 용기를 줬다. 백씨는 지난 2월 구청에 '꿈꾸는터'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학내 기독교연구소 내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대신 12㎡ 사무실을 함께 쓰기로 했다. 넷은 업무분담을 했다. 출판사 대표를 맡기로 한 백씨는 필름 출력과 인쇄 등 전반적인 일을 하기로 했다. 윤씨는 포토샵을 연구하고 디자인 자료 수집에 나섰다. 평소 기독교 역사와 신학 공부를 많이 해온 이씨는 책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담당했다. 정씨는 전체 사업 기획과 대외 홍보를 했다. 필름 출력비, 종이값, 인쇄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기로 했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2월부터 최근까지 15건 주문을 받아 출판비 400만원을 벌었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 밤을 새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거의 매일 오전 9시에 나와 자정 무렵 집에 돌아갔다. 학업과 병행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지난달 말 직접 작성하고 편집한 원고를 넘긴 이들은 드디어 초판 1000권 인쇄를 마쳤다.
◇사회와 소통하는 기독 커뮤니티=청년들은 기독운동 차원에서 기독교와 비기독교인의 소통을 주제로 책을 만들었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윤씨는 1부에서 교회 성담론 및 비신자와 신자의 사랑을 다룬 단편소설을 썼다. 그는 "교회에서 비신자와의 결혼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에 대해 사랑은 신앙을 넘나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이씨가 대한예수교장로회로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가 분리된 과정을 통해 신학논쟁뿐만 아니라 논쟁 당사자간 개인적 관계가 분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등을 지적했다. 백씨는 3부에서 교회가 사회와 끊임 없이 소통할 때 기독교로서 생명을 가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현재 사이월드 홈페이지(club.cyworld.com//etssotong)에서 매월 동성애, 단기선교 등 주제를 정해 대화하고 있다. 꿈꾸는터는 앞으로 세대간, 종교간 대담을 기획할 예정이다. "저희 꿈은 꿈꾸는터와 같은 커뮤니티가 계속 생겨나 기독운동으로 퍼지는 겁니다. 꿈꾸는터가 하나의 매뉴얼이 됐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은 책 배급사인 총판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서점 개별 접촉을 통해 배급을 시도하고 있다. 출판시장 관행상 또다른 '도전'이다. 박정신 교수는 "책 출판을 통해 가장 놀란 것은 청년들 자신일 것이다. 기존 교회에 대해 비판적 의식을 갖고 청년 기독문화를 만들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