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삶의 지혜를 아는 사람 | ||||||
| 생태여성신학자 구미정 교수 <호모 심비우스>, 기독교 윤리학의 실용서 | ||||||
| 논문집이라 하기엔 대중적이고, 대중적이라 하기엔 형식을 갖춘 논문집이 발간됐다. 생태여성신학자로 알려진 구미정 교수(숭실대)의 신간 <호모 심비우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책이 이렇듯 정체성이 모호해진 이유는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때문이다. 학자들끼리 통용되는 전문직업적 은어 말고, 문외한인 일반인들까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글쓰기를 하는 탓이다. 평신도들과 어울려야 하는, 타고난 특강 강사인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 만화영화는 물론, 생소한 도덕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끌어들이며, 기독교 윤리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가 소비주의와 과학주의, 그리고 가부장제가 동맹한 세대라고 보는 저자는 이 ‘유배지’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 묻는다. 이 물음에 이어 느닷없이 마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만화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튀어 나온다. 평범한 열 살짜리 소녀 치히로가 어쩌다 온갖 요괴들이 들끓는 온천장에서 일하게 되는 모험을 소재로 한 영화다. 치히로의 첫 손님은 일명 ‘오물’신이다. 그에게서 풍기는 악취로 온천장의 다른 일꾼들이 모두 코를 막으며 도망친다. 그러나 치히로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을 다 토해내고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게끔 그 오물신을 정성을 다해 모시고 보살핀다. 다른 한편 자기의 환심을 사기 위해 황금을 뿌려대는 ‘가오나시’신 앞에서도 그는 전혀 미혹되지 않는다. 온천장 주인의 아들인 망나니 ‘보우’와도 친구가 되고, 마침내 마녀 유바바마저 참회시키는 힘이 치히로에게는 있다.
저자는 “성서적 전망에서 보면 여성과 어린이는 혼자 힘으로는 설 수 없는 의존적인 존재들이고, 사회의 중심부에서 배제된 변두리 집단”이라며 “예수가 어린이 하나를 불러 포옹하면서 말씀하신 마가복음 9장 37절은 예수와 하나님이 둘이 아니듯 어린이와 예수도 둘이 아니라는 선언”이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이 말씀과 치히로 사이의 상상력을 채워 인류의 미래는 자연친화적이고 다른 존재와의 교감능력이 탁월한 ‘소녀’에게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가치중립적이라며 기독교 윤리학자들도 선뜻 나서지 않던 영역에도, 저자는 생태여성신학자로서 ‘치료용 배아복제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드러냈다. 황우석 신드롬으로 모두가 그를 감쌀 때, 과감하게 그 윤리적 범죄성을 드러내 누리꾼들이 작성한 안티 목록 맨 위에 이름이 올랐던 저자의 과학에 대한 과감하고 깊은 성찰, 그리고 분명한 입장이 담겨 있다.
‘한 마리 복제 개를 탄생시키기 위해 1,095개의 개 난자는 그렇게 이용당했나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 동물은 그렇다 치고, 사람의 난자는 어떤가? 단 한 ‘개’의 복제배아를 만들기 위해 242개, 혹은 185개의 난자가 사용된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생명공학이 여성의 자궁을 도구화하고 상업화하는 가운데, 생태여성신학자인 저자는 하나님의 구원의 섭리로 이를 추궁한다. “성서는 자궁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고 선언한다”는 그녀는 “자궁은 생명을 나누고 부양하는 원초적 살림의 공간”이라며, 이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와 능력을 경험한 여성들은 하나님의 구원행위에 동참하는데, 이를 상업화 한다면 이는 인권 침해를 넘어 ‘죄’라고 강조한다. 이렇듯 21세기 유배지를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더불어 삶의 지혜를 전하는 기독교 윤리학자의 글은 매우 ‘실용’적이다. 특강을 위해 전국 각지를 떠돌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평신도들과 소통하며 맺은 글들인 탓이다. <호모 심비우스>라는 제목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최근 일반 출판계에서 유행하는 시리즈다. 공부하는 인간 <호모 쿵푸스>, 책읽는 인간 <호모 부커스>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펴내는 제목의 콘셉을 따왔다. 그렇다면 호모 심비우스는 무슨 뜻일까? 더불어 삶의 지혜를 아는 사람이란다. 그래서 이 책에는 “남성의 눈과 문명의 원리로 생각의 틀을 짜는 데 익숙해온 호모 사피엔스로 하여금, 호모 심비우스로 회심되게 하는” 글 13편이 실려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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