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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틱’(꿈꾸는터)을 출간한 백소영 교수. 백 교수의 글 속엔 삶이 살아숨쉰다. |
‘드라마 폐인’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한국인들의 드라마 사랑은 유별나다. 브라운관은 일주일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드라마로 시작해 드라마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말연속극부터 시작해 미니시리즈, 일일드라마, 아침드라마, 시트콤 등등… 그 장르도 가지각색이다. 주요 포털사이트 인터넷 검색 순위를 차지하는 것도 드라마 제목이나 주인공 이름이다.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가 협찬받은 상품이 완전히 판매됐을 때를 뜻하는 ‘완판’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다.
영화나 미술전시회, 오페라, 뮤지컬 같은 문화상품을 관람할 여력이 없는 서민들은 드라마를 낙으로 삼는다. 이화여대에서 ‘기독교와 세계’, ‘기독교와 현대문화’ 등을 강의하고 있는 백소영 교수(이화인문과학원 연구교수)가 수많은 영상매체 가운데 드라마를 선택한 것도 가장 ‘서민접근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백 교수는 드라마에서 신학의 테마들을 추려내 깊이있는 신앙묵상을 선보인 책 ‘드라마틱’(꿈꾸는터)을 최근 출간했다.
드라마로 신학을 한다? 드라마를 비롯한 세속문화를 금기시하는 목회자들이 본다면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백 교수 역시 처음엔 누군가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작업이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드라마를 달고 사는 ‘아줌마 신학자’도 아니였지만, ‘신학이 너무 어렵다’는 지적에는 진심으로 공감했다. 일상과 연결해 신학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했다. 또 우연찮게 맡고 있던 강의 ‘기독교와 현대문화’ 시간에 ‘드라마를 매개로 강의를 하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드라마를 비롯한 영상매체를 통해 기독교와 현대문화를 설명하는 백 교수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교양필수도 아닌 교양선택 과목이었지만 기독교 관련 과목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학생들 사이에 인기과목으로 거듭났다. 학생들의 집중도와 몰입도가 훨씬 높아졌다.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비크리스천 학생들에게도 어필했다.
백 교수는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드라마를 보면서 죄책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굳이 드라마를 볼 필요는 없지만, 만약 드라마를 보게 된다면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에 빠져들기보다 좀 더 비판적인 안목을 갖고 시청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드라마를 보며 ‘직장에서 동료들과 이야기하거나 전도할 때 사용할 만한 효과적인 소재들을 어떻게 내 신앙으로 표현할까’ 고민하면서 시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하나하나 뜯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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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빈과 동이의 대결구도 속에서 어떤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을까? 사진제공=MBC |
백 교수는 지난해 방송됐던 드라마 ‘선덕여왕’ 속 미실의 죽음을 예로 들었다. 백 교수는 “대속적 삶을 사신 예수님과 달리 미실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짐을 지우려했기 때문에 둘의 죽음은 정반대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 최근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동이’에 등장하는 동이와 장희빈의 대결구도 속에서도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백 교수는 “항상 ‘진실’(진리)을 추구하며 움직이는 동이와 달리 장희빈은 ‘중전’이라는 자신의 개인적 욕망에 따라 살아간다”면서 “남편도 아들도 믿지 않고 자기자신만을 믿으며 살아가는 장희빈의 비극 속에서 대의와 진실을 따라 사는 동이의 삶이 교차된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가 그간 가장 인상 깊게 본 드라마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사극 ‘탐나는도다’이다. 백 교수는 이 드라마에서 ‘하나님 나라의 주변성’을 발견했다. “드라마에서 한양은 권력을 추구하는 공간, 탐라(제주)는 권력에서 멀어졌지만 서로를 보듬어주며 살아가는 공간으로 등장합니다. 요즘 크리스천들 사이에 세상의 중심으로 들어가라는 ‘고지론’이 유행하는데, 하나님 나라의 비밀은 중심이 아닌 주변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론과 일상을 연결하고 둘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백 교수의 실험정신은 작성한 글 속에서도 잘 나타난다. 신학이론만을 늘어놓지 않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나 삶의 단상들이 그대로 녹아있다. 그래서인지 글이 ‘살아 있다’. 백 교수는 “TV 드라마 하나를 보더라도 ‘드라마 따로, 신앙 따로’가 아니라 자신의 ‘시각’(perspective)을 길러내는 노력이 영상세대들에게 필요하다”면서 “영화필름처럼 분절적인 사고구조를 가진 영상세대들에게는 전체를 궤뚫는 ‘통전적인’ 시각을 자극받고 훈련하는 기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