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 |||||||||||||||
| 탈북 돕다 600일간 중국감옥에 갇힌 오영필「서쪽나라」출간 | |||||||||||||||
“최초의 순교자는 누구일까요?” 성경퀴즈 대회의 단골문제이죠? 정답은 스데반입니다. 세례요한이라고 답했다가 ‘땡’소리를 듣고 좌절했던 기억이 있네요. 씩씩거리며 성경을 살펴 본 기억이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답은 스데반이었죠. 어쨌든 최초의 순교자 스데반의 설교와 순교에 대한 책이 많지 않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예루살렘성전에 하나님을 가두다 이런 의미에서 이재철 목사의 <사도행전 속으로 3>(홍성사 펴냄)은 반가운 책입니다. 100주년기념교회의 주일예배 설교를 묶은 것인데요. 이 설교집의 특징은 성경의 한 장 한 장을 아주 깊이 들여다본다는 데 있습니다. 이번 책도 사도행전 6장과 7장, 단 두 장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데반의 설교가 아주 자세히 강해되어 있습니다. 신성 모독으로 법정에 끌려간 스데반은 이때다 싶어 유대교 지도자들을 향해 “하나님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예루살렘성전 안에 갇혀 계시는 분이 아니”라고 역설합니다.
이 당연한 말을 유대 지도자들은 왜 싫어했을까요? 그들은 믿음을 명분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 했기 때문입니다. 기득권이라는 어려운 말을 사용했지만, 사실 돈이 문제였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각처에서 예루살렘성전을 찾는 유대인 순례객이 줄을 이었고, 그들이 예루살렘에 머물거나 성전에 바칠 제물을 구입하기 위해 지출하는 금액은 해마다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했습니다. 따라서 예루살렘성전을 하나님과 동일시하여 절대화하면 할수록, 그들의 이권은 더욱 확고하게 보장되는 셈이었습니다.”(353쪽) 그러니 하나님이 성전밖에 있다는 스데반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겠지요. 비단 2천 년 전의 일만이 아니라는 게 우리의 마음을 답답하게 합니다. 교회 밖 하나님을 찾아 나서다 남부러울 것 없는 ‘성공한’ 목사가 교회를 떠난 이유도 비슷했습니다. 북미에서 가장 큰 교회를 개척하고, 성장시킨 짐 팔머 목사가 25년간의 목회활동을 부정하고, 교회 밖으로 나섰습니다. 그곳에서 하나님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고백입니다. “성경은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을 알고 남들을 섬길 영적 능력이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 교회의 구조는 이런 진리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목사들과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계급구조는 소수에게만 의존하는 건강하지 못한 패턴을 낳았다. 말로는 표현하지 않아도 다들 직원들이 일반 성도보다 하나님과 더 가깝고 성경 지식과 영적 지혜에서 월등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성도들을 겉모습만 보고 평가해왔다고 회개합니다. 예수와는 정반대로 사람을 평가해왔다는 거죠. “예수님은 사람이 내면부터 변한다고 가르치셨지만 우리 교회는 외적인 모습을 신앙 성숙의 척도로 강조했다. 이를테면 잘 입고, 예배와 행사에 잘 참석하고, 남들이 다 듣도록 큰 소리로 기도하고, 헌금을 많이 내고, 성경을 자주 인용하고, 앞에 나서서 일하고, 교회의 많은 직책을 맡고, 전도를 많이 하고, 자녀를 예의 바르게 기르고, 나쁜 습관이 없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영적으로 성숙하다고 가르쳤다.” 조직교회를 떠난 그의 목회현장(?)을 잠시 들여다보았습니다. 나이 많은 과부 엘리 아줌마가 잘 지내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 아줌마의 강아지와 잠시 산책을 해주고, 길 건너편에 사는 총각 토니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집에 가는 길에 브렌다의 망가진 차고 문을 봐줍니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이웃들은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짐 팔머는 그들 가운데서 하나님을 발견합니다. “이라크에서 아빠를 잃은 소년. 밤마다 현관 계단에 홀로 앉아 담배를 피우며 흐느끼는 아줌마. 막힌 하수구들. 그리고 때가 좀 지날 때까지 치워지지 않는 크리스마스 장식들 사이에도 하나님이 계신다. … 우리 동네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인생길에서 만난 웨이트리스 완다와 자동차 정비공 애덤스 같은 사람들, 그들과 나는 소박한 교제를 통해 삶을 나누었다. 때로는 내가 그들에게 하나님의 나라가 되어주고, 때로는 그들이 내게 하나님의 나라가 되어준다.” 그가 교회를 떠나, 이웃들 속에서 만난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가 신간 <하나님은 어디 계실까>(청림출판 펴냄)에 담겼습니다. 한기총 해체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위급한 때에, 이런 ‘위험한’ 책이 나왔네요. 하나님을 교회 안에 안전하게 모셔두고 싶은 분들에겐 권하지 않겠습니다. 짐 팔머는 교회를 한 단어로 ‘관계’라 말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우리 서로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탄생시키는 일이 교회의 일이라는 거죠. 하나님은 우리 이웃들 속에, 그 관계가운데 계시는 군요.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시는 하나님 사실 비슷한 제목의 책이 오래전에 나왔었습니다. 김균진 교수의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가?>(대한기독교서회 펴냄, 1990)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하나님이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시고, 그들의 편에 서신다고 주장합니다. “하나님이 영광스러운 세계사적 민족들을 제쳐두고 이집트를 탈출한 노예들과 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하나님은 이 세상에서 노예들과 같이 비참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더 불쌍히 여기시고 그들을 먼저 그의 백성으로 삼으신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저자는 하나님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개인의 차원에서는 물론, 제도적, 정책적 차원에서 돌보아주며, 모든 피조물이 평화롭게 사는 세계를 이루고자 하기 때문이랍니다. 예수도 그들을 돌보셨습니다. 세리와 죄인의 친구였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이웃, 특히 가난한 자들 사이에서 많이 발견되시겠군요. 가난한 자들과 함께 사는 하나님 언젠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꽤 많은 사업을 펼치시는 높은뜻교회 김동호 목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은 많이 돕지만, 정작 교인들 중엔 가난한 사람이 없다”고 말입니다.
한국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제법 도우면서도, -하나님을 발견하지 못한 채- 사회로부터 욕을 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짐 월리스 목사도 이 점을 간파했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가난한 자들이 사는 곳에 가지 않고서도 가난한 자들과 동일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을 때 몹시 당혹스럽다. … 나는 가난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 이외의 방식으로 우리의 삶이 가난한 자들에 의해 영향 받을 수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회심>(IVP 펴냄) 관계 맺는 것 이외의 방식으로는 절대 가난한 자들을 이해할 수 없고, 그들과 마주하고 눈을 맞추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리곤 한 가지 조언을 덧붙입니다. 가르치거나 도우려하기 전에 먼저 ‘듣는 자리’에 설 것. 돈 던져주고, 사진 찍고, 집에 가는 게 아니라 관계를 맺으라는 거죠.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다 이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 참 많이도 돌아왔습니다. 탈북자들의 탈출 현장을 취재하고, 그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중국 공안에 붙잡혔던 오영필 감독이 책을 냈습니다. 단순한 책이 아닙니다. 장작 17개월 동안의 감옥생활에서 겪은 눈물의 일기입니다. 그곳에서 오 감독에게 포착된 사람들입니다. 사형선고를 받아 날짜를 기다리는 사람, 15년형 선고를 받은 사람,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평생 한 번밖에 없는 청춘을 도둑맞은 사람, 배운 것 없고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도둑질해야 했던 사람 등등 그런데 오 감독이 그들을 바라보며, 주님의 시선을 느낍니다. 차가운 감옥에서 함께 울며, 그들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을 위한 눈물의 기도가 나왔습니다. 17개월간의 감옥 생활에서 깨달은 천국의 비밀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다’라는 말씀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오 감독에게 있어 ‘지극히 작은 자’는 보통 사람들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못하는 이들입니다. 물이 마시고 싶어도 못 마시고, 밥을 먹고 싶어도 못 먹고, 옷을 입고 싶어도 입지 못하는 이들 말입니다. “이 짧은 문장에는 하나님, 나, 지극히 작은 자라는 세 명의 인격체가 존재한다. 하나님은 누구신가? 그분은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다. 세상에서 가장 크신 분께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자들과 자신을 동일화하셨다. 동일화란 나와 너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여기는 것이다. … 하나가 된다는 것은 타인의 어려움을 일회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인격적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서쪽나라>(홍성사 펴냄, 247쪽) 사회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지극히 작은 자들과 함께 운동하고, 밥 먹고, 옷을 나누기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러자 지옥 같던 감옥이, 천국으로 변했습니다. 가난한 자들과 눈 맞추고, 관계 맺는 그 사이 사이에 하나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오 감독이 들은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영필아, 이곳에 두 번이나 오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나는 오랫동안 세상에서 나와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그러나 나의 기쁨을 원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나의 슬픔을 함께 나누기 원하는 이들은 많지 않더구나. 그러던 중 젊은 시절 너의 기도가 생각났다. '당신의 아픔을 알기 원합니다. 나에게 당신의 슬픔을 알려 주세요'라고 부르짖던 너의 기도는 세상의 어떤 꽃보다 향기로웠고 내가 있는 곳으로 너를 부르는 계기가 되었다.”
책 읽는 내내, 그가 겪었던 600일의 무게가 버겁게 다가옵니다. 쉽게 읽히지만, 단숨에 읽어 갈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을 고스란히 느껴버리는 오 감독의 영성을, 책으로도 쫓아갈 수 없어서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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